2007-05-30
21세기에 한국인들의 희망은 몽골의 땅
코리안 드림과 몽골 드림의 조화를 기대하며

[국정브리핑 2007-05-28 11:42]



박진호 주몽골대사
지난주 몽골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수도인 울란바타르 중앙운동장앞에 수천명의 몽골인들이 길게는 사흘동안 극심한 모래바람속에 새하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줄서있는 광경을 보았다. 이들의 기다림은 몽골의 최대 행사인 나담 축제나 유명 공연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용허가제하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갈 자격을 얻기 위한 한국어능력시험 접수를 위한 것이었다.


몽골에 부는 ‘코리안 드림’

몽골 하면 우리 국민에게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일까? 인류 역사상 최대의 세계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스칸의 후예들, 새파란 하늘아래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들, 보는 순간에 같은 민족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우리와 닮은 친근한 얼굴들, 그리고 앞의 안타까운 광경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경제상황들.

그러나 이것이 몽골의 전부일까? 아니다. 지난해 몽골대사로 부임한 이후 1년이 조금 넘도록 활동하면서 본인이 느낀 것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그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에 시동을 걸고 있는 몽골이다. 이미 몽골은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연평균 6~10.6%의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선을 넘어섰으며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서는 건설붐이 불고 있다.

물론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의 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고 ‘post-BRICs’ 신흥시장까지 언급되는 마당에 이러한 몽골의 변화를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몽골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가 눈에 불을 켜고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는 풍부한 자원이다. 몽골은 바로 석탄, 동, 우라늄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다.

그간 몽골의 자원은 수많은 외국기업들이 전국토의 40%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의 탐사권을 확보하고도 서로 눈치만 살피던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다. 자원개발에 필요한 전력과 수도, 개발된 자원을 외국으로 수송하기 위한 도로와 철도 등 각종 인프라가 너무나 부족해 개별 기업이 투자하기엔 위험하고 경제성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몽골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여 지난해 광물자원개발법을 개정하고, 인프라까지 건설해도 이익이 남을 정도의 대규모 광산 17개소를 전략광산으로 선정하여 경제발전과 외자유치의 시발점으로 삼기 시작했으며 외국의 투자자들도 이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세계10대 자원부국 몽골의 약진

지난 4월 몽골정부와 캐나다계 Ivanhoe사간 투자계약 잠정합의가 발표된 Oyu Tolgoi 동광산은 그 시작이다. Oyu Tolgoi 광산은 Ivanhoe사가 탐사에만 4억불을 투자해 발견해 낸 세계 2위 규모의 동광산으로 3200만t의 구리와 1000t의 금이 매장되어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억불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Ivanhoe사는 채광시설 및 발전소와 도로 등 관련 인프라 건설에 추가로 25억불을 투자할 예정이며, 본격적으로 채광이 이루어지면 몽골 정부도 현 국가예산의 80%에 달하는 연간 9억불 정도의 재정수입을 올리고 국가 GDP는 40% 정도나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Ivanhoe사의 성공에 자극받은 수많은 외국기업들이 현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이 몽골 정부가 금년중 개발계획을 확정할 Tavan Tolgoi 석탄광산이다. 매장량만 50억t에 1/3이상이 제철용으로 사용가능한 고품위탄으로 추정되며 향후 10년내 연간 8000만t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인 이 광산은 t당 50불의 가격으로 단순계산해도 경제적 가치가 25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광산이다.

이미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의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고 해당국 정부들도 주요인사 방문과 수억달러대의 차관 내지 원조제공을 앞세워 몽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5월 초 양국의 산업담당 부처 간에 개최된 한-몽자원협력위에서 우리기업의 Tavan Tolgoi 석탄광산 및 관련 인프라 개발 참여희망을 전달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21세기 몽골은 새로운 기회의 땅

물론 단순히 자원보유만으로 경제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몽골은 이미 수세기 전에 세계제국을 경영했던 경험과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체제전환국가로서는 드물게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룰 정도로 정치가 안정되어 있으며,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하여 오는 2021년 1인당 국민소득 1만2000불을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국가발전계획을 수립중에 있을 정도로 지도층의 의식도 깨어 있는 나라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 곳이다.

이러한 몽골의 대통령이 28일부터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다. 지난해 우리 대통령께서 몽골을 방문하여 양국 관계를 선린우호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큰 틀에 양국이 합의한 바 있으며, 이번 몽골대통령의 방한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장이 될 것이다.

양국 간의 문화적 유사점과 국민적인 호감을 바탕으로 우리의 강점인 기술과 자본을, 몽골의 강점인 풍부한 자원과 결합한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일반적인 기대를 온전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몽골 국민에게 기회의 땅이었다면, 21세기 몽골은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금번 몽골 대통령의 방한이 이러한 기회를 현실로 바꾸고 우리 국민들이 몽골을 21세기 우리나라의 당당한 동반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Бичсэн: enkhjin | цаг: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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